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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정 유강인 20_21_유강인, 사건 현장 인천으로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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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6회 작성일 25-06-28 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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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판을 주시하던 남자가 어둠 속에서 하얀 이를 드러냈다. 그 모습이 섬뜩했다. 깊은 어둠 속에서 먹잇감을 노리는 맹수의 모습이었다. 호랑이나 사자는 아니었다. 하이에나에 가까웠다. 남자는 아무런 말이 없었다. 유강인 탐정 사무소 건물 앞에서 묵묵히 서 있을 뿐이었다. 잠시 후 남자가 걸음을 옮겼다. 뒤로 돌아서더니 검은색 세단으로 향했다. 차에 시동이 걸렸다. 남자가 차에 올라타자 차가 바로 출발했다. 검은색 세단이 텅 빈 도로를 무섭게 질주했다. 마치 오토바이 폭주족 같았다. 바퀴가 거침없이 굴러가며 굉음을 냈다. 탐정단 밴은 인천 숙소에 도착했다. 인천 바닷가와 가까운 모텔이었다. 1인용 침대와 TV, 냉장고, 옷장 등이 있는 소박한 방이었다. 유강인은 체크인을 하고 모텔에서 나왔다. 조수 둘과 함께 바닷가로 향했다. 바닷가는 모텔에서 멀지 않았다. 5분 정도 걸어가자, 저 앞에 바닷가가 보였다. 넓지 않은 바닷가였지만, 바닷가는 바닷가였다. 짭조름한 바닷바람이 바다에서 불어왔다. 출렁이는 파도, 배가 정박한 부둣가, 신선한 해산물을 파는 현지 식당 등이 외지인의 마음을 설레게 했다. 유강인이 짭조름한 바닷바람을 맞으며 해안가를 거닐었다. 5분 정도 걷자, 모래사장과 기암괴석이 보였다. 기암괴석 위로 나무들이 울창했다. 바닷가는 나무들이 살기에 험한 곳이었다. 강풍이 수시로 불어 가지를 꺾고 기둥을 뒤흔들었다. 그런 악조건에도 나무들은 꿋꿋이 버텼다. 강인한 생명력과 의지력으로 그 거센 바람을 이겨냈다. 유강인은 나무들을 보면서 배울 점이 많다고 생각했다. 얼마 전 서울에 폭설이 내리고 강풍이 불었다. 전혀 예상치 못한 눈과 바람이었다. 폭설과 강풍이 불자, 도심의 나무들이 맥없이 쓰러지고 꺾이고 말았다. 마치 폭격을 맞은 듯 나무들이 맥없이 무너졌다. 강한 바람에 가지가 꺾였고 눈의 무게를 이기지 못했다. 그 바람과 폭설은 바닷가에 사는 나무라면 굳건히 버틸 수 있었다. 유강인은 기암절벽 위 꼿꼿이 서 있는 나무들을 보면서 실종자들을 생각했다. 그들은 수십 년 동안 자가면역질환으로 고생했다. 그 고통을 헤아릴 수 없을 정도였다. 손이나 발에 작은 상처가 나도 신경이 쓰이고 아프기 마련인데 평생을 원인 모를 질병에 시달린 불쌍한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그 무시무시한 질병을 강한 생명력으로 이겨냈다. 그런 사람들이 어느 날 갑자기 연기처럼 사라졌다. 이는 분명 심상치 않은 일이었다. ‘그래! 실종자 다섯을 반드시 찾아야 해!’ 유강인이 다짐했다. 다섯을 반드시 찾아서 가족의 품으로 돌려보내야 했다. 그렇게 인천의 첫 번째 날이 지나갔다. 본격적인 수사는 날이 밝으면 바로 시작이었다. 10분 후, 탐정단이 바닷바람을 충분히 쐬고 숙소로 돌아갔다. 그 시각, 유강인 집에서 어머니, 장승희가 커다란 택배 상자를 들고 고개를 갸우뚱했다. 라면 상자 크기였다. 택배는 강원도 진향리에서 보냈다. 장승희가 커터 칼로 택배 상자를 드르륵! 열었다. 택배 안에는 작은 상자가 들어있었다. 고급 양갱 선물 세트 10개였다. 팥양갱, 밤양갱, 고구마양갱 세 종류였다. 선물 세트 상자에 다음과 같이 적혀 있었다. 강원도 명물 청기와집 양갱 35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추억의 맛 한번 드시면 재구매는 필수입니다.
“어, 양갱이네.” 장승희가 양갱을 문의하고 환하게 웃었다. 그녀는 양갱을 좋아했다. “아들이 나 먹으라고 양갱을 보냈구나.” 장승희가 작은 상자를 열고 양갱 하나를 꺼냈다. 양갱은 길쭉한 직사각형 모양이었다. 시중에서 파는 양갱과 크기가 비슷했다. 포장지는 고급스러운 청색이었다. 청기와집 양갱이라 포장지가 청색인 거 같았다. “맛있겠당!” 장승희가 양갱 포장을 벗겼다. 그러다 멈칫하고 핸드폰을 들었다. 아들에게 전화했다. 신호가 가자, 유강인이 전화 받았다. “네, 어머니.” “아들, 인천에 잘 도착했어?” “네, 잘 도착했습니다.” “집에 와보니 택배가 있더라고 …. 강원도 청기와집 제과점에서 보낸 거야.” “아, 그래요. 누가 주문한 거죠? 혹 어머니가 주문하셨어요?” “아니. 난 아들이 주문한 줄 알았는데. 나 먹으라고 ….” “전 주문한 적 없습니다.” “그래? 그럼, 누가 보냈지.” “안에 뭐가 들었죠?” “양갱이야. 고급 양갱. 시중에 파는 양갱하고 크기는 비슷한데 … 포장지가 아주 고급스러워. 청색 포장지야.” “그렇군요. 누가 양갱을 보냈군요.” “아, 강인 사랑 포에버 팬클럽에서 보낸 게 아닐까?” “뭐, 그럴 수도 있겠죠. 회장님이나 일반 회원이 보낼 수 있어요.” “그렇겠지. 요즘 양갱이 댕겼는데 참 잘됐어. 달달한 게 먹고 싶었어.” “네, 알겠습니다.” “아들, 인천 숙소는 괜찮아?” “괜찮습니다. 깨끗하고 아늑한 곳입니다. 정수가 숙소 잡는 데 도가 텄습니다. 저렴하면서도 좋은 곳입니다. 최상의 선택입니다.” “그래, 알았어. 이번에도 사건 잘 해결해.”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어머니 아들이잖아요. 어머니한테 끈기를 물려받았습니다. 유전자의 힘이죠.” “그래, 그래. 우리 아들이 엄마의 불독 같은 성미를 물려받았지. 아빠한테는 좋은 머리를 물려받았고.” “네, 그런 거 같아요.” “아들, 식사는 꼭 제 때에 해야 해. … 수지 말 잘 듣고. 수지가 엄마 이라고 생각해.” “네, 알겠습니다.” “그럼, 끊을게.” “네, 어머니. 들어가세요.” 유강인이 전화를 끊었다. 누군가가 집에 양갱 선물 세트를 보냈다. “양갱이라?” 유강인이 좀 이상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갑자기 양갱이라는 단어가 심상치 않았다. 그가 잠시 생각에 잠겼다. 뭔가가 떠오를 거 같았다. 그런데 그렇지 않았다. 유강인이 답답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양갱? … 양갱이 왜 집에 왔지? 시점이 좀 그러네.” 유강인이 계속 생각했다. 머릿속에서 뭔가가 있다는 신호를 계속 보냈다. 하지만 그게 뭔지 좀처럼 알 수 없었다. 양갱을 손에 든 자가 짙은 안개 속에 가려있었다. “젠장!” 유강인이 고개를 마구 흔들었다. “모르겠다. 잠이나 자자.” 유강인이 자리에 누웠다. 그렇게 잠을 청했다. 생각이 떠오르지 않을 때는 자는 게 최고의 방책이었다. 푹 자고 일어나면 다음 날 떠오르기 마련이었다. 다음날 2025년 12월 21일 오전 9시 30분 탐정단 밴이 인천 시내를 달렸다. 시내 중심가에 있는 경찰서로 향했다. 경찰서는 인천 북부경찰서였다. 실종자 5인의 수사를 맡은 곳이었다. 탐정단 밴이 경찰서 야외 주차장에 주차했다. 탐정단이 차에서 내렸다. 유강인 고개를 돌리고 본관을 찾았을 때 경찰서 본관 출입문에서 십여 명이 뛰어나왔다. 맨 앞에 범상치 않은 자가 있었다. 키가 크고 덩치가 좋은 남자였다. 바로 저스티스 원창수 형사였다. 원형사는 어젯밤 소식을 들었다. 인천 북부경찰서 자문위원 유강인이 경찰과 함께 실종자 수사를 한다는 소식이었다. “우와! 유탐정님이 우리 경찰서에 오시는구나! 이거 빅뉴스다! 하하하! 내 사건도 도움이 있었기에야겠는걸 ….” 원창수 형사가 크게 웃었다. 존경하는 유강인이 인천에 오자, 이보다 좋은 일이 없었다. 날이 밝자, 원형사는 어느 때보다 일찍 경찰서에 출근했다. 후배 형사들과 함께 유강인 환영 행사를 준비했다. 유강인이 차에서 내리자, 아침 문안 인사를 드리려는 듯, 원창수 형사와 형사들이 달려왔다. 원형사가 유강인 앞에 섰다. “원창수 형사님, 오랜만입니다.” 유강인이 원창수 형사를 보고 반가운 표정으로 말했다. 원형사가 대답 90도로 허리를 굽혀 공손히 인사했다. 30초 후 후배 형사들이 원창수 형사 뒤에 서자, 원형사가 우렁찬 목소리로 외쳤다. “전체 차렷!” 그 소리에 후배 형사들이 절도있게 차렷 자세를 취했다. “유탐정님께 대하여 경례!” “충성!!” 충성 소리가 야외 주차장에서 크게 울렸다. “충성!!” 원창수 형사가 거수경례하며 우렁찬 목소리로 충성을 외쳤다. “아이고, 이런.” 유강인이 충성 소리를 듣고 깜짝 놀랐다. 예전에도 이런 일이 있었다, 그땐 사무실 안이었다. 이런 인사는 언제나 어색했다. 이건 군대 인사였다. 중대장이 병사들한테 경례를 받는 거 같았다. “형사님들 이러실 필요 없습니다. 제가 중대장, 대대장도 아닌데 ….” 유강인이 어쩔 줄 몰라 했다. 그가 두 손을 마구 흔들어댔다. 원창수 형사가 차려 자세에서 외쳤다. “유강인 탐정님, 인천 북부경찰서를 방문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영광입니다!” “맞습니다! 유강인 탐정님 환영합니다!” 후배 형사들이 말을 마치고 손뼉을 쳤다. 그 소리가 매우 컸다. 황정수가 우렁찬 박수 소리를 들으며 말했다. “역시 우리 탐정님은 인기가 참 좋아. 인기가 하늘을 막 찔러. 하늘에 구멍이 뚫린 정도야. 흐흐흐!” 반면 황수지는 인상을 찌푸리며 황정수에게 말했다. “언제나 원창수 형사님은 과해요.” “그게 바로 저스티스 원창수 형사님의 매력이야. 차고 넘치는 게 바로 매력 포인트지. 이 정도는 과한 것도 아니야. 그 순간에만 훨씬 더했어. 순환된 거야.” 황정수가 환하게 웃으며 답했다. 원창수 형사가 조수들을 보고 실실 웃었다. 그가 말했다. “아이고! 조수님들도 환영합니다. 어서 오세요!” 원형사가 말을 마치고 조수에게 넙죽 절했다. 황정수도 맞절하고 말했다. “아, 형님, 아니 원형사님 만나서 정말 반갑습니다.” “흐흐흐, 우리 동생. 선임 조수님 오랜만입니다. 황수지 조수님도 정말 반갑습니다.” “아, 예 ….” 황수지가 별로 달갑지 않다는 표정으로 답했다. 원창수 형사가 고개를 뒤로 돌렸다. 그가 한 사람을 불렀다. “하형사!” “네, 선배님.” 한 형사가 앞으로 나왔다. 중간 키에 근육질 체격이었다. 30대 초반 남자였다. 원형사가 유강인에게 하형사를 소개했다. “유탐정님, 여기 있는 하진석 형사가 실종자 담당 수사관입니다.” “아, 그렇군요. 처음 뵙겠습니다. 인천 북부경찰서 자문위원 탐정 유강인입니다.” 하진석 형사가 급히 답했다. “유강인 탐정님, 저도 처음 뵙겠습니다. 실종자 담당 수사관 하진석입니다. 유탐정님을 그동안 하늘처럼 존경하고 있었습니다. 이렇게 뵙게 돼서 정말 영광 그 자체입니다!” “하하하, 그렇군요.” 유강인이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황정수가 실실 웃으며 말했다. “맞습니다. 우리 탐정님을 처음 뵙는 건 영광 그 잡채죠! … 아, 잡채 먹고 싶당!” 유강인이 사건 담당 형사 하진석의 인상을 살폈다. 하형사는 인상은 좋았다. 딱 봐도 성실해 보였다. 이리저리 핑계를 대며 농땡이를 칠 사람으로 보이지 않았다. “유강인 탐정님, 어서 가시죠. 서장님이 귀빈실에 계십니다. 유탐정님을 목이 빠지게 기다리고 계십니다.” “네, 알겠습니다.” 유강인이 답을 하고 걸음을 옮겼다. 그 뒤를 조수 둘이 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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